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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평균수명

과거에는 인류의 평균 수명이 현재보다 짧았다. 산업혁명 시기만 하더라도 전염병에 걸려 사망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항생제와 백신이 등장하면서 수명이 급격히 늘었던 것이다. 항생제가 박테리아를, 예방 백신이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균을 주로 처리했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예방 백신은 어떻게 바이러스를 처리하는 걸까?



 우리 인체는 폐쇄적인 사회에 가깝다. 이것을 유지하는 방어 체계가 면역계이다. 면역계는 제 식구는 감싸지만, 외부에서 들어오는 항원은 공격하여 무력화시킨다. 왜냐하면 이런 이방인을 방치하면 우리 몸의 정교한 시스템이 붕괴되기 때문이다. 즉, 면역계의 핵심은 ‘나’와 ‘남’을 구별하여 ‘남’을 만나면 없애거나 ‘남’의 인상착의를 기억해 두었다가 훗날 다시 만나면 없앨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 만난 자가 너무 강하면 방어할 시간이 없어 한방의 공격에 무너질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으로 약한 이방인을 만들어 몸의 방어능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예방 백신이다. 우리가 독감 예방 주사를 맞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면 몸속 구성원에 이상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몸속 구성원에 문제가 생기면, 면역계는 이를 바이러스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속수무책이 된다. 실례로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β’라는 단백질이 뇌혈관에 쌓여 생기는 병인데, 면역계가 몸속 구성원인 ‘아밀로이드-β’ 단백질을 바이러스로 인식하지 못해 병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방 백신의 원리를 응용해서 몸속 구성원의 문제로 생긴 질병을 치료할 수는 없을까?



 몸속 고유단백질과 유사하게 바이러스로 디자인해 백신으로 맞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면역계는 몸속 고유단백질에는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임을 알려주는 보조물질이 필요하다. 이 면역보조물질을 고유단백질에 포함시켜 만든 백신 주사를 맞으면 면역계는 항체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이 항체는 ‘말썽’을 일으키는 몸속 고유단백질을 찾아가 힘을 빼놓거나 제거할 것이다. 이것이 치료 백신이다.



 아직은 임상시험 단계지만 치료 백신으로 암을 치료할 날도 멀지 않았다. 암세포는 증식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정상 세포 중에도 증식 속도가 빠른 것이 있는데 기존의 항암제는 이를 모두 암세포로 오인하여 공격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항암치료를 받으면 머리카락이 빠지고 피부색이 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치료 백신은 몸이 항체를 만들어 면역계를 견고히 다지도록 유도한 다음, 항체로 하여금 암세포를 공격하게 한다. 특정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할 수 있으므로 부작용도 당연히 적다. 기존의 항암제가 말썽을 일으키는 고유단백질을 직접 공격했다면 치료 백신은 간접 공격을 하는 셈이다. 치료 백신의 등장으로 선천적인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질병을 치료하는 방향으로 백신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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